Black Archaeology_2인전_김수철+김준수_PDF
Black Archaeology _ 블랙 아키올로지_2인전
검은색은 평면이나 표면에 깔린 색이라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검은색은 어두움이다. 검은색은 모든 색이 섞인 색이지만, 어둠이란 빛의 부재다. 흑색이든 어둠이든 둘 다 빛을 흡수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기도 하다. 이런 결과의 측면에서 검은 색을 고찰하면 모든 색과 밝음의 근원이자 가능성이다. 달리 검은 색이 권력의 색이라며 권위 있고 장엄한 의식에 사용될까. 노자철학에서 검을 현이란 드러나지 않은 하늘의 섭리로까지 여겨진다.
아티스트 김수철은 무채색, 특히 검정이나 회색으로 작업을 한다. 심지어 타버린 재나 흑연, 검은 흙, 혹은 생물의 사체나 산업 폐기물을 작업의 재료나 오브제로 사용하여 그것들이 흡수한 색들을 “누르고 당기고 밀고 동그랗게 돌리면서” 해체해서 펼쳐낸다. 그 과정에서 재료나 오브제 입자의 밀도가 변하면서 번지거나 중첩되고 그 속에 빛이 스며들며 세상에서 보기가 드문 은근한 색의 향연이 열린다. 장인처럼 숙련된 제스처나 행위 때문에 스며든 빛은 검은 색이 칠해진 평면자체를 검은 빛의 투명한 공간처럼 보이게 하고, 그 빛의 노출에 따라, 또는 보는 위치에 따라 바탕의 검은 색과 빛이 변한다. 은근하게 색이 베어나고 빛이 뿜어지는 평면이 아닌 평면 작품 속에는 아티스트 김수철의 예술적 부심이 수줍게 출렁 그린다.
김수철은 비록 이렇게 관습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재료나 스타일로 작업은 했지만 기존 제도나 자본주의적 체제에 대한 명시적 부정이나 공격은 없는 듯하다. 얼핏 보면 아트 포베라(Art Povera) 운동의 전통에 기댄 듯이 보이지만, 그 맥락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자랄 때 결핍의 과잉으로 인한 부의 에너지 때문에 아티스트 주변에 죽음이 편재하였고, 그런 흔한 죽음을 종종 목격하면서 죽음으로부터 소진되어 버린 생의 에너지를 작업으로 되살리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바타이유적이다. 결핍의 존재에서 성스러움을 되찾으려는 예술적 노력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김수철과 달리 아티스트 김준수에게 검은색은 기계의 기능성에 기인한다. 19세기와 20세기 접어들면서 커든 작든 기계가 검은 색으로 도색되면서 그 기능성이 강조되었다. 전화기나 재봉틀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증기선, 기관차도 검은 색이었다. 기계의 권능을 그 우리를 압도하는 기능성에 부여하면서 칠해진 검은 색이다.
김준수는 기계의 움직임을 작업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키네틱한 측면 때문에 김준수에게는 기계적 엄밀성, 즉 “수치적 완결성” 더없이 중요하다. 부품이 조금이라도 미세하게나마 어긋나면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장치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절로 작동하여 움직이는 기계 장치에 대한 인간의 오랜 열망은 자연적 생명의 연장이나 확장에 기인한다. 자연적 개체와 동일한 아니면 우월한 인공적 개체의 움직임은 우리를 매료시킨다. 자연 속에서 모든 생명 활동은 반듯이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어 내지만 저절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는 만들어 낸 반복적 패턴의 결과다. 정밀한 기계 장치를 위해 부품을 하나하나 손수 만들고 그것들과 연결과 결합이 마치 생명을 만들어 내는 착각을 발생시키고, 그 착각은 신체화 되어 제작자와 기계장치가 동기화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계장치가 자연화되는 것이다. 하이데거가 기계 장치를 인간과 자연의 연장(extension)이라고 갈파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김수철이 파운드 오브제나 폐기물 또는 흙이나 재, 동물의 뼈나 사체에서 자기만의 미적 근거를 추출하고 발굴하여 작품을 제작한다면, 김준수는 기계의 기능성에서 그 다이나믹스의 원천을 발견하고 제작한다. 일상과 관습, 그리고 삶의 경험 속에서 묻혀있거나 잊어버린 무의식과 같은 아득한 세상의 층위에서 자기들만의 작품의 재료나 오브제를 찾아내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굳건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The following text discusses the color black and its representation of darkness as a complex concept that goes beyond being just a color. Despite being a mixture of all colors, black is often associated with power and used in solemn and authoritative ceremonies. It also symbolizes the unseen order of the heavens in Taoist philosophy.
The artist Kim Soocheol primarily works with black and gray colors, using materials like charred wood, graphite, black soil, biological remains, and industrial waste as mediums or objects. By deconstructing these materials through pressing, pulling, pushing, and turning, he reveals the colors they have absorbed. This process allows light to seep in and unveil a subtle symphony of colors that are rarely seen in the world. The result is a blackened surface that appears to be a transparent space of black light, altering the blackness and light of the background based on the exposure to light or the viewing angle.
In contrast, the artist Kim Junsoo finds the source of dynamics from the functionality of machinery. He focuses on the movements of machinery in his work, and precision in mechanics is crucial to him. The movement of artificial objects identical to or superior to natural entities in nature fascinates humans. Creating precise mechanical devices by hand and connecting and combining them appears to produce life, which ultimately naturalizes the mechanical device.
Both artists find their materials or objects of art in the layers of the distant world, such as daily life, customs, and forgotten or buried unconscious experiences in life. They work in their own ways to extract and excavate their aesthetic basis.
-Variable Installation
Black Archaeology_2인전_김수철+김준수_PDF
Black Archaeology _ 블랙 아키올로지_2인전
검은색은 평면이나 표면에 깔린 색이라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검은색은 어두움이다. 검은색은 모든 색이 섞인 색이지만, 어둠이란 빛의 부재다. 흑색이든 어둠이든 둘 다 빛을 흡수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기도 하다. 이런 결과의 측면에서 검은 색을 고찰하면 모든 색과 밝음의 근원이자 가능성이다. 달리 검은 색이 권력의 색이라며 권위 있고 장엄한 의식에 사용될까. 노자철학에서 검을 현이란 드러나지 않은 하늘의 섭리로까지 여겨진다.
아티스트 김수철은 무채색, 특히 검정이나 회색으로 작업을 한다. 심지어 타버린 재나 흑연, 검은 흙, 혹은 생물의 사체나 산업 폐기물을 작업의 재료나 오브제로 사용하여 그것들이 흡수한 색들을 “누르고 당기고 밀고 동그랗게 돌리면서” 해체해서 펼쳐낸다. 그 과정에서 재료나 오브제 입자의 밀도가 변하면서 번지거나 중첩되고 그 속에 빛이 스며들며 세상에서 보기가 드문 은근한 색의 향연이 열린다. 장인처럼 숙련된 제스처나 행위 때문에 스며든 빛은 검은 색이 칠해진 평면자체를 검은 빛의 투명한 공간처럼 보이게 하고, 그 빛의 노출에 따라, 또는 보는 위치에 따라 바탕의 검은 색과 빛이 변한다. 은근하게 색이 베어나고 빛이 뿜어지는 평면이 아닌 평면 작품 속에는 아티스트 김수철의 예술적 부심이 수줍게 출렁 그린다.
김수철은 비록 이렇게 관습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재료나 스타일로 작업은 했지만 기존 제도나 자본주의적 체제에 대한 명시적 부정이나 공격은 없는 듯하다. 얼핏 보면 아트 포베라(Art Povera) 운동의 전통에 기댄 듯이 보이지만, 그 맥락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자랄 때 결핍의 과잉으로 인한 부의 에너지 때문에 아티스트 주변에 죽음이 편재하였고, 그런 흔한 죽음을 종종 목격하면서 죽음으로부터 소진되어 버린 생의 에너지를 작업으로 되살리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바타이유적이다. 결핍의 존재에서 성스러움을 되찾으려는 예술적 노력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김수철과 달리 아티스트 김준수에게 검은색은 기계의 기능성에 기인한다. 19세기와 20세기 접어들면서 커든 작든 기계가 검은 색으로 도색되면서 그 기능성이 강조되었다. 전화기나 재봉틀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증기선, 기관차도 검은 색이었다. 기계의 권능을 그 우리를 압도하는 기능성에 부여하면서 칠해진 검은 색이다.
김준수는 기계의 움직임을 작업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키네틱한 측면 때문에 김준수에게는 기계적 엄밀성, 즉 “수치적 완결성” 더없이 중요하다. 부품이 조금이라도 미세하게나마 어긋나면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장치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절로 작동하여 움직이는 기계 장치에 대한 인간의 오랜 열망은 자연적 생명의 연장이나 확장에 기인한다. 자연적 개체와 동일한 아니면 우월한 인공적 개체의 움직임은 우리를 매료시킨다. 자연 속에서 모든 생명 활동은 반듯이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어 내지만 저절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는 만들어 낸 반복적 패턴의 결과다. 정밀한 기계 장치를 위해 부품을 하나하나 손수 만들고 그것들과 연결과 결합이 마치 생명을 만들어 내는 착각을 발생시키고, 그 착각은 신체화 되어 제작자와 기계장치가 동기화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계장치가 자연화되는 것이다. 하이데거가 기계 장치를 인간과 자연의 연장(extension)이라고 갈파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김수철이 파운드 오브제나 폐기물 또는 흙이나 재, 동물의 뼈나 사체에서 자기만의 미적 근거를 추출하고 발굴하여 작품을 제작한다면, 김준수는 기계의 기능성에서 그 다이나믹스의 원천을 발견하고 제작한다. 일상과 관습, 그리고 삶의 경험 속에서 묻혀있거나 잊어버린 무의식과 같은 아득한 세상의 층위에서 자기들만의 작품의 재료나 오브제를 찾아내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굳건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The following text discusses the color black and its representation of darkness as a complex concept that goes beyond being just a color. Despite being a mixture of all colors, black is often associated with power and used in solemn and authoritative ceremonies. It also symbolizes the unseen order of the heavens in Taoist philosophy.
The artist Kim Soocheol primarily works with black and gray colors, using materials like charred wood, graphite, black soil, biological remains, and industrial waste as mediums or objects. By deconstructing these materials through pressing, pulling, pushing, and turning, he reveals the colors they have absorbed. This process allows light to seep in and unveil a subtle symphony of colors that are rarely seen in the world. The result is a blackened surface that appears to be a transparent space of black light, altering the blackness and light of the background based on the exposure to light or the viewing angle.
In contrast, the artist Kim Junsoo finds the source of dynamics from the functionality of machinery. He focuses on the movements of machinery in his work, and precision in mechanics is crucial to him. The movement of artificial objects identical to or superior to natural entities in nature fascinates humans. Creating precise mechanical devices by hand and connecting and combining them appears to produce life, which ultimately naturalizes the mechanical device.
Both artists find their materials or objects of art in the layers of the distant world, such as daily life, customs, and forgotten or buried unconscious experiences in life. They work in their own ways to extract and excavate their aesthetic basis.
-Variable Installation